저는 얼마 전 보유 중이던 SK하이닉스 주식 2주 중 1주를 100만원에 매도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이건 감정적인 판단이었습니다. 코스피 6000pt와 100만원이라는 금액에 압도되어 "이 정도면 됐어"라는 생각으로 매도 버튼을 눌렀거든요. 하지만 최근 증권사들이 줄줄이 목표가를 상향하는 걸 보며 제 판단이 과연 옳았는지 고민하게 됐습니다. 하루 사이 수백만원, 수천만원 수익을 내는 사람들의 소식을 접하면 FOMO(Fear Of Missing Out, 기회를 놓칠까 하는 두려움)가 밀려옵니다. 하지만 이런 감정으로 투자하면 결국 손실로 이어진다는 걸 경험으로 배웠습니다. 지금부터 SK하이닉스의 실제 가치와 투자 전략을 차근차근 짚어보겠습니다.

100만원은 비싼 가격인가, 적정한 가치인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100만원을 돌파했을 때, 저는 단순히 "주가가 너무 올랐으니 팔아야지"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기업의 가치를 평가할 때는 주가가 아닌 이익을 봐야 합니다. 현재 증권사들은 SK하이닉스의 2026년 영업이익을 150조~200조원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만약 200조원의 영업이익을 낸다면, 현재 시가총액 700조원은 PER(주가수익비율) 기준으로 약 4배 수준입니다. 여기서 PER이란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기업의 수익 대비 주가가 얼마나 높게 평가받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일반적으로 안정적인 기업은 PER 10배 정도를 적정 수준으로 봅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비교하면 더 명확해집니다. SK하이닉스보다 시가총액이 큰 기업은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전 세계에 15개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그 기업들 중 200조원 수준의 이익을 내는 곳은 엔비디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정도입니다. 이들은 PER이 20~30배까지 인정받고 있습니다.
최근 SK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대접받고 있는 지위를 고려하면, 단순히 주가 100만원이라는 숫자만 보고 "비싸다"라고 판단하는 건 성급합니다. 그 말은 실적이 뒷받침된다면 주가는 더 오를 여지가 있다는 뜻입니다.
HBM 경쟁력이 핵심, 그런데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가 단기간에 급등한 가장 큰 이유는 HBM(High Bandwidth Memory, 고대역폭 메모리) 시장에서의 압도적인 경쟁력 때문입니다. HBM은 AI 컴퓨팅에 필수적인 메모리로, 기존 D램보다 훨씬 빠른 데이터 처리 속도를 제공합니다. 엔비디아의 AI 칩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이죠.
2025년 기준 SK하이닉스의 HBM 시장 점유율은 67%에 달합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이 본격적으로 HBM4(차세대 고성능 메모리)를 공급하기 시작하면, 이 점유율은 50% 정도로 낮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HBM 성능이 일부 테스트에서 더 우수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경쟁사가 시장에 진입해도 전체 HBM 공급량 자체가 부족하다는 사실입니다. 빅테크 기업들의 AI 투자 규모는 올해만 600억 달러(약 800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됩니다(출처: 금융감독원).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는 상황이므로, 가격 협상력은 여전히 메모리 제조사 쪽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주목하는 건 이겁니다. 경쟁이 심화되더라도 SK하이닉스의 마진율이 과거 60%대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점입니다. 메모리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이 내려가는 게 당연하지만, 지금은 그 "당연함"이 작동하지 않는 시장입니다. 다만 한 가지 리스크는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HBM4에서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는 점입니다. 기술 발전 속도가 워낙 빠른 업계이기 때문에, SK하이닉스가 현재의 우위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는 꾸준히 모니터링해야 합니다.
실전 투자 전략: 언제 사고 언제 파는가
저는 지금 남은 하이닉스 1주를 계속 보유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추가 매수는 신중하게 접근하고 싶습니다. 제가 세운 투자 전략은 이렇습니다.
단계별 투자 원칙:
- 총 투자금의 50%는 현재 이익 추정치 기준으로 투자 - 증권사들의 컨센서스(평균 전망치)를 참고해 SK하이닉스의 2026~2027년 분기별 예상 실적을 확인합니다. 이 실적이 현재 주가를 정당화하는지 계산한 후 투자합니다.
- 나머지 50%는 조정 시 추가 매수 - 주가는 무조건 오르기만 하지 않습니다. 한 번에 20% 이상 빠지는 조정이 온다는 가정하에 그때를 대비해 현금을 남겨둡니다.
- 매도 시점은 3가지 신호로 판단 - (1)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꺾일 때 (2) 빅테크의 Capex(자본적 지출, 설비 투자) 투자가 감소할 때 (3) SK하이닉스나 경쟁사가 대규모 증설 계획을 발표할 때. 이 세 가지 신호 중 하나라도 뚜렷하게 나타나면 매도를 고려합니다.
제 경험상, 가장 위험한 건 "몰빵" 투자입니다. 한 번에 1,000만원을 쏟아붓고 나면, 주가가 10% 떨어졌을 때 심리적으로 견디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분할 매수가 중요합니다. 조정이 오면 더 사거나, 최소한 팔지 않을 정도의 비중을 유지해야 합니다. 그리고 매수 전에 반드시 해야 할 게 있습니다. 이 회사가 뭘 파는지, 얼마나 버는지, 왜 주가가 오르는지를 스스로 정리하는 겁니다. 이 과정 없이 그냥 사면, 주가가 흔들릴 때 그냥 팔고 나오게 됩니다.
저는 이번에 SK하이닉스를 100만원에 일부 매도하면서 많은 걸 배웠습니다. 주가라는 숫자에 휘둘리지 말고, 기업의 실제 가치를 봐야 한다는 것. 그리고 감정이 아닌 이성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것 말입니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메모리 슈퍼사이클은 이제 절반도 오지 않았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다만 무작정 뛰어들 게 아니라, 내가 왜 이 주식을 사는지 명확히 알고, 언제 팔 건지 계획을 세운 후 움직여야 합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주가가 아닌 가치를 보는 투자자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