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그룹의 보스턴 다이나믹스가 개발한 아틀라스가 CES 2025에서 최고 로봇상을 받았습니다. 56개의 자유도를 가진 이 휴머노이드는 관절이 360도 회전하고, 다리가 뒤로 꺾이는 등 인간이 불가능한 동작을 선보였습니다. 저는 어린이날이나 크리스마스 때 로봇 장난감을 선물로 받고 싶어 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제 그런 로봇들이 현실에서 부품을 조립하는 모습을 직접 보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사람처럼 보이지만 사람보다 효율적인, 아틀라스의 진짜 혁신은 무엇일까요?
아틀라스를 처음 봤을 때 가장 놀라웠던 건 '사람과 똑같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깬 점입니다. 허리, 무릎, 손목, 목 관절이 360도 회전하면서 작업 공간에서 몸통을 틀 필요 없이 바로 허리를 180도 돌려버립니다. 좁은 공간에서도 효율적으로 작업할 수 있다는 얘기죠.
IT 매체 시넷은 아틀라스를 CES 최고 로봇으로 선정하면서 단순한 기계적 움직임을 넘어선 예술적 완성도를 인정했습니다. 테크레이더는 세계에서 가장 진보된 휴머노이드 중 하나라고 평가했고요. AP 통신은 대중 앞에서 실수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이겨내고 인간보다 효율적인 움직임을 보여줬다고 적었습니다.
저도 CES 현장을 영상으로 직접 봤었는데, 아틀라스가 다가올 때 진짜 미래가 다가오는 느낌이었습니다. 현대차 부스는 500평이 넘는 공간에 자동차는 거의 없고 로봇으로 가득 차 있었어요. 4일 내내 30분에서 1시간씩 줄을 서야 입장할 수 있을 정도로 사람들이 몰렸습니다. 재미있는 건 아틀라스의 손입니다. 손가락이 다섯 개가 아니라 네 개거든요. 처음엔 세 개였는데 네 개로 확장했다고 합니다. 왜 다섯 개가 아니냐고 물었더니 "일할 때 그렇게 많이 필요 없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가성비와 제작 비용을 고려한 거죠. 최고의 로봇만 만들던 보스턴 다이나믹스가 양산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증거였습니다. 학습 방식도 흥미로웠습니다. VR 기기를 낀 사람이 동작을 5시간 동안 반복하면 아틀라스가 그 작업을 학습합니다. 이후엔 사람이 가만히 있어도 로봇이 알아서 움직이고, 틀렸을 때만 현장에서 바로 보정해주는 방식입니다.
자동차 회사가 로봇 양산의 TSMC가 될 수 있을까요?
현대차 그룹은 2020년 소프트뱅크로부터 보스턴 다이나믹스 지분 80%를 약 1조 원에 인수했습니다. 정의선 회장은 개인 자산 2,400억 원을 직접 투자하며 지분 20%를 보유했죠. CEO가 자기 돈을 걸 정도로 로보틱스가 그룹의 핵심 사업임을 입증한 셈입니다. 현대차는 2028년부터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에 아틀라스를 대규모로 투입할 계획입니다. 2030년까지 연간 3만 대 양산 체제를 구축한다는 목표죠.
한두 대 만드는 건 어디서나 가능하지만, 수만 대를 품질 유지하며 찍어내는 건 완전히 다른 영역입니다. 이제야 생각해 보니 자동차 회사가 로봇을 제일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터, 감속기, 배터리, 정밀부품은 자동차 만들 때 쓰는 기술과 상당 부분 겹치거든요. 현대차는 수십 년간 축적한 정밀 제조 노하우와 글로벌 공급망을 이미 갖추고 있습니다.
제 생각엔 현대차가 휴머노이드계의 TSMC가 될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반도체 설계 회사들이 TSMC에 생산을 맡기듯, 피규어 AI나 어질리티 로보틱스 같은 로봇 스타트업들이 현대차에 양산을 맡길 수도 있다는 얘기죠. 만약 현대차가 이 위치를 선점한다면 그 가치는 자동차 산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겁니다.
솔직히 몇 가지 우려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360도 회전하고 뒤로 꺾이는 모습은 효율적이지만, 실제로 마주하면 조금 무섭지 않을까요? 사람과 다른 모습으로 같은 공간에서 인간과 함께 잘 협력할 수 있을까요? 테슬라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자체 개발하지만, 현대차는 구글이나 엔비디아의 AI를 탑재해야 하는 한계가 있습니다. 좋은 의미에서 협력할 때는 시너지가 넘칠지 모릅니다. 하지만 언제든 더 나은 파트너가 나타나면 동맹이 바뀔 리스크가를 안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런 로봇들이 저희 일자리를 대체한다고 하니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합니다. 물론 기술의 진보를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실업자가 생겨나기 시작하고 내 일자리가 사라지게 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로봇과 인간이 공존할 방안을 정부와 기업이 함께 서둘러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어떻게 보면 로봇은 단기적인 기술의 종착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현대차, 구글, 엔비디아 같은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힘을 합치고 있으니까요. 그 중심에 현대차가 있다는 게 자랑스럽기도 하고, 우리의 미래가 조금 더 밝다는 생각이 듭니다. 2028년, 아틀라스가 실제 공장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게 될 날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