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회사 주식을 상속할 때 시가로 평가하는게 정말 공정한 방법일까요? 저는 최근 저PBR 주식인 아세아시멘트를 정말 소액 매수하면서 이 질문을 본격적으로 고민하게 됐습니다. 일반적으로 주식 시장의 시가는 공정한 가치를 반영한다고 알고 있지만, 제가 알고 있는 바로는 한국 시장에서는 이 원칙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너무 많았습니다. 특히 대기업 오너 일가의 상속 시기만 되면 주가가 이상하게 눌리는 현상을 반복해서 목격했기 때문입니다.
PBR 0.8 기준과 공정가치평가 전환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주가누르기 방지법의 핵심은 PBR(주가순자산비율) 0.8 이하 기업에 대한 상속세 평가 방식을 바꾸는 것입니다. 여기서 PBR이란 주가를 주당순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기업의 실제 자산 가치 대비 주가가 얼마나 저평가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출처: 한국거래소).
솔직히 이 법안을 처음 접했을 때 "이게 정말 통과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만큼 기존 관행을 뒤흔드는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법안의 주요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PBR 0.8 이하 기업의 상속세는 시가가 아닌 비상장주식 평가방법 적용
- 순자산가치와 순수익가치를 가중평균하되 순자산가치의 80%를 하한선으로 설정
- 대주주 할증평가 20%를 폐지하여 실효세율 부담 완화
- 대주주가 원하는 경우 상장주식 물납 허용
제가 투자하고자 관심가지고 있는 저PBR 지주회사들을 보면 실제 보유자산 가치는 1조원인데 시가총액은 2천억원에 불과한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이런 비정상적인 괴리가 발생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아마도 경영자가 의도적으로 주가를 관리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주가 누르기의 구조적 문제와 실질세율
우리나라 대주주 상속세는 명목세율만 보면 최고 60%에 달합니다. 기본세율 50%에 대주주 할증 20%를 더한 수치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8대 그룹의 상속세 납부 사례를 분석해보면 공정가치 대비 실질세율은 20~30%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출처: 국회입법조사처).
이처럼 명목과 실질이 크게 벌어지는 이유는 현재의 시가주의 평가방식 때문입니다. 상속 시점 전후 2개월 평균 주가로 평가하다 보니, 그 기간 동안만 주가를 관리하면 세금을 대폭 줄일 수 있는 구조적 허점이 존재합니다. 여기서 시가주의란 자산의 가치를 시장에서 거래되는 실제 가격으로 평가하는 원칙을 의미하는데, 주가처럼 단기간에 인위적 조정이 가능한 자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되어 왔습니다.
제가 관찰한 바로는 주가를 누르는 방법은 생각보다 다양합니다. 배당을 갑자기 중단하거나, 자사주 소각을 미루거나, 실적 발표 시점을 조정하거나, 자회사로의 일감 몰아주기를 일시적으로 축소하는 등의 방식입니다. 일반 주주 입장에서는 이런 행위들이 명백히 불공정하다고 생각하지만, 법적으로는 명확히 규제하기 어려운 회색지대에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금융 민주화와 투자자 보호 관점
솔직히 말하면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여러 면에서 선진국 수준에 미치지 못합니다. 반도체, 조선, 엔터테인먼트 등에서는 세계 1등 기업들이 즐비한데 왜 그런지? 다른건 다 선진국 따라가면서, 유독 금융시장만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제 주변에서도 여전히 주식투자를 사기꾼들이라고 부른다든지, 도박과 같은 것으로 취급하거나, 아파트 매매는 권장하면서 주식 매수는 말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 부모님들처럼요.
주가누르기 방지법은 단순히 상속세 문제를 넘어 자본시장의 공정성과 투자자 보호라는 더 큰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경영자가 자신의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일반 주주들의 이익을 희생시키는 구조를 바로잡겠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기업 오너들은 회사를 자신의 소유물처럼 여긴다고 알려져 있지만, 상장회사라면 최소한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갖춰야 한다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다만 우려되는 부분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동안 수십년간 누적된 관행과 이해관계를 한 번의 법 개정으로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기업들은 막강한 법률팀 등을 총 동원해 예외조항과 회피방법을 끝없이 찾아낼 것이고, 법의 허점을 집요하게 파고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법안의 취지는 좋지만, 집행과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또 다른 편법만 양산할 수 있습니다.
저는 현재 고배당주와 저PBR 지주회사에 분산 투자하면서 이런 변화의 흐름을 직접 체감하고 있습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이후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배당을 늘렸고, 주가 방어력도 강해진 것을 확인했습니다. 주가누르기 방지법이 통과된다면 저PBR 기업들에도 비슷한 긍정적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기대합니다. 다만 법안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 통과 이후에도 실효성 있는 감독이 필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한국 주식시장이 진정한 선진화를 이루려면 법과 제도뿐 아니라 기업 문화와 투자자 인식도 함께 바뀌어야 합니다. 주식투자가 투기가 아닌 정당한 자산형성 수단으로 인정받고, 기업들이 주주가치 제고를 경영의 최우선 과제로 삼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희망합니다. 저는 그 변화의 과정에 작은 투자자로서 함께하며, 코리아디스카운트라는 용어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