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최근까지 조선업을 그저 흔한 '옛날 산업'으로만 생각했습니다. 제가 또 용접자격증(가스,특수)을 보유하고 있으며, 로보트용접도 입사 초 해본적이 있으며 더럽고 위험한 일이란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죠. 반도체 관련 뉴스만 쫓아다니며 밤잠을 설치던 제게, 조선주는 그저 포트폴리오 한켠에 묵혀둔 보험 정도였죠. 그런데 이번에 업계 전문가의 분석을 접하고 보니, 제가 얼마나 큰 흐름을 놓치고 있었는지 깨달았습니다. 현재 한국 조선업은 3~4년치 수주잔고를 확보한 상태에서 고환율 수혜까지 받고 있으며, 친환경 규제 강화로 인한 선박 교체 수요가 본격화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수주잔고 급증과 원화 기준 최고가 수주
일반적으로 조선업은 경기 민감 업종이라 불황기에는 발주가 끊긴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지금은 그 공식이 통하지 않는 시기입니다. 2025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수주 시장이 다소 한산했는데, 2025년 11월부터 2026년 2월까지 발주 척수가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급증했습니다(출처: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특히 탱커, LNG선, LPG선, 컨테이너선 등 주요 선종에서 고르게 발주가 나오고 있어, 업계 공시만 확인해도 단일판매 공급 계약 빈도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을 체감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LNG선이란 액화천연가스(Liquefied Natural Gas)를 영하 162~163도의 극저온 상태로 운반하는 선박을 의미합니다. 이 배는 두 기압의 압력을 견디며 화물을 보존해야 하므로, 단열 기술과 안전성 측면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은 선종에 속합니다. 한국은 이 분야에서 전 세계 수주 잔고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카타르발 LNG 수송 물량 중 중국 이외 지역향 발주는 거의 대부분 한국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제가 주목한 부분은 원화 기준으로 보면 지금이 사실상 최고가 수주 구간이라는 점입니다. 2024년 9월 이후 달러 기준 신조선가 지수는 소폭 하락했지만, 환율이 1,500원대(26년 3월 20일 기준)까지 치솟으면서 원화 환산 수주 금액은 오히려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지금 수주한 배들은 2028년경 인도될 예정인데, 그때쯤이면 제조업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수준의 영업이익률이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 2025년 기준 주요 조선사들의 ROE(자기자본이익률)는 이미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2026년에도 이 추세가 이어질 전망입니다.
ROE란 기업이 주주의 자본으로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익을 창출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쉽게 말해, 주주가 투자한 돈 대비 벌어들인 순이익의 비율이죠. 조선업은 과거 저수익 구조로 인해 ROE가 10%를 넘기기 어려웠는데, 최근 몇 년간 선가 상승과 수주 물량 확대로 15%를 훌쩍 넘기는 회사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주요 수주 증가 요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중고선 가격 급등으로 인한 신조선 발주 전환
-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우회 항로 증가 및 LNG 운송 수요 확대
- 친환경 규제 강화로 인한 노후 선박 교체 사이클 본격화
- 카타르 등 중동 LNG 프로젝트 3차 발주 대기
친환경 규제와 선주들의 전략적 선택
일반적으로 환경 규제는 정치인들이 먼 미래에 시행할 구호로만 여겨지곤 하지만, 해운업에서는 상황이 전혀 다릅니다. 제가 실제로 업계 동향을 추적해보니, 조선업의 친환경 규제는 선주들이 직접 찬성표를 던져 통과시키는 구조라는 점이 핵심이었습니다. UN 산하 국제해사기구(IMO)에서는 185개 회원국이 모여 탄소 저감 규제안을 논의하는데, 이때 각국이 보유한 선박 톤수(선복량)까지 투표 가중치에 반영됩니다(출처: 국제해사기구).
여기서 IMO란 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의 약자로, 해양 안전과 환경 보호를 위한 국제 규범을 제정하는 유엔 전문기구입니다. 이 기구는 단순히 권고만 하는 것이 아니라, 회원국 간 보팅을 통해 강제력 있는 규제를 만들어냅니다. 그리스처럼 선박 보유량이 압도적으로 많은 국가는 자연스럽게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죠.
흥미로운 점은 선복량이 많은 국가, 즉 대형 선주사들이 오히려 친환경 규제에 적극 찬성한다는 사실입니다. 왜 그럴까요? 규제를 강화하면 준비되지 않은 중소형 경쟁사들이 시장에서 밀려나고, 결국 신조선 발주는 자금력 있는 대형 선주사로 집중되기 때문입니다. 일종의 '사다리 걷어차기' 전략인 셈이죠. 실제로 2010년대 초반부터 논의되던 탄소 저감 규제는 선주들의 찬성표가 충분히 모일 때까지 기다렸다가 2020년대 들어 본격 시행되었습니다.
과거 2015~2016년 해운 대불황기에는 "당장 먹고살기도 힘든데 환경 규제는 무슨"이라며 반발이 있었고, 실제로 밸러스트 수(Ballast Water) 처리 규제가 2년 지연된 사례가 있습니다. 밸러스트 수란 선박이 화물 없이 항해할 때 균형을 맞추기 위해 채우는 바닷물을 말하는데, 이를 다른 지역에서 배출하면 생태계 교란이 발생할 수 있어 처리 장치 설치가 의무화되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팬데믹 이후 해운 호황으로 선주사들이 자금 여력을 확보하면서, 오히려 규제 강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제가 이 부분에서 확신을 갖게 된 이유는, 자동차 업계의 전기차 규제 연기와는 결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자동차는 정치인들이 일방적으로 정하고 업계가 반발하는 구조지만, 조선업은 시장 참여자들이 스스로 규제를 원하고 있습니다. 이는 향후 10년간 친환경 선박 교체 수요가 지속될 것임을 강력하게 시사합니다.
저는 개인 계좌, 연금저축펀드, 자녀 계좌, IRP 계좌 모두에 조선업 ETF를 담아두고 있습니다. 최근 반도체주가 급등락을 반복하며 새벽 2시에 미국 마이크론 주가를 확인하고 다시 잠들던 날들이 솔직히 피곤했습니다. 하지만 조선주는 다릅니다. 수주 잔고가 3~4년치 쌓여 있고, 매출은 진행률에 따라 안정적으로 인식되며, 친환경 규제라는 구조적 수요까지 받쳐주고 있으니 밤잠을 설칠 이유가 없습니다. 물론 중국의 추격, 미중 갈등 변수 등 리스크도 분명 존재합니다. 하지만 현재 한국은 LNG선, 대형 컨테이너선 등 고부가 선종에서 압도적 1위를 지키고 있으며, 미국의 군함 부족 문제까지 맞물려 중장기 전망은 여전히 밝습니다. 이번 주말에 부모님 댁에 방문하게 되면, 아버지께도 조선주 매수를 한 번 권해볼 생각입니다. 여러분의 생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