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전쟁이 나면 당연히 물가가 오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란-미국 전쟁 이슈를 보면서 제 생각이 틀렸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어제 집에 돌아왔을 때 맛있는 고기 냄새가 났는데, 알고 보니 와이프가 폴란드산 돼지고기로 맛있는 저녁 식사를 준비 중이었습니다. 그게 쿠팡에서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이라고 하더군요. 국산 대신 수입육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단순합니다. 유가가 2,000원에 육박하면서 생활비 전반이 올랐고, 저희 가족은 자연스럽게 지출을 줄이기 시작했거든요.
전쟁이 디플레이션을 부른다는 역설
일반적으로 전쟁이 발생하면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플레이션이 온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과거 데이터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1990년 걸프전 당시 유가는 초반 3배 가까이 치솟았지만, 전쟁이 끝나기도 전에 오히려 전쟁 이전보다 더 떨어졌습니다(출처: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도 비슷했습니다. 유가가 급등했지만 3~4개월 후에는 전쟁 전 수준으로 회귀했죠.
여기서 핵심은 '유동성'입니다. 밀턴 프리드먼이 말했듯이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서고 유동성의 함수입니다. 전쟁이 나면 사람들은 불안해지고, 대출을 받지 않으며, 소비를 줄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정확히 맞는 말입니다. 기름값이 오르다보니 주말 나들이는 근처 공원 산책으로 바뀌었고, 배달의 민족에서 주문시키는 횟수도 줄었습니다. 유가라는 필수 항목에 돈이 묶이면서 다른 소비가 줄어든 겁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공급 충격(Supply Shock)'이라고 부릅니다. 공급 충격이란 원자재 가격 급등처럼 공급 측면에서 발생하는 가격 상승 요인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이것이 전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특정 품목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는 다른 항목 지출을 줄여 대응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전체 물가는 오히려 하락 압력을 받게 됩니다.
미국 전미경제연구소(NBER)의 2025년 2월 보고서에 따르면, 1946년부터 2024년까지 변동환율제 시기의 관세 인상 사례를 분석한 결과, 관세 인상 직후 GDP 디플레이터(물가지표)가 평균 -1% 하락했습니다(출처: NBER). 관세도 전쟁도 모두 같은 메커니즘입니다. 사람들이 불행해지고, 소비가 줄고, 유동성이 위축되면 결국 디플레이션이 옵니다.
미국 사모펀드 위기, 싱크대 뒤 바퀴벌레
사모펀드(Private Equity) 시장은 지금 심각한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높게 유지하면서 중소기업 대출금리가 8~9%까지 치솟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사모론(Private Credit)이란 은행이 아닌 사모펀드가 기업에 직접 대출해주는 방식을 말합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은행 대출이 위축되자 사모론이 그 빈자리를 채웠고, 미국 경제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대출들이 지금 부실화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PIK(Payment-in-Kind)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이는 이자를 현금으로 내지 않고 원금에 더하거나 현물로 납입하는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돌려막기'입니다. 블루아울 같은 대형 사모펀드에서 환매 중단 사태가 발생했을 때, 겉으로는 NAV(순자산가치) 100에 매각했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매수자가 같은 계열사였다는 의혹이 제기되었습니다(출처: Bloomberg).
제가 이 부분을 처음 접했을 때 정말 놀랐습니다. 8~9% 금리로 대출받은 중소기업들이 과연 버틸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도 중소기업 대출금리가 높다고 아우성인데, 미국은 그보다 훨씬 높은 수준입니다. 더 큰 문제는 사모펀드 시장이 극도로 불투명하다는 점입니다. 대출 데이터, 부도율, 심지어 기업 분류 기준까지 펀드마다 제멋대로입니다. 같은 기업이 한 펀드에서는 소프트웨어 업종으로, 다른 펀드에서는 리테일 업종으로 분류되기도 합니다.
이 상황을 비유하자면 싱크대 뒤에 바퀴벌레가 번식하고 있지만, 싱크대 문을 닫아놓으면 보이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당장은 문제가 터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살리기 위해 론(대출채권)을 주고받으며 버티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금리가 계속 높게 유지되고, 경기가 더 악화되면 언젠가는 한계가 올 것입니다. 제 생각으로는 1~2년 후쯤이 고비가 아닐까 싶습니다. 레이달리오가 언급했던 2028년 위기설과도 연도 측면에서 우연히 일치하네요.
주요 리스크 요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 중소기업 대출금리 8~9% 고착화
- PIK 비율 증가(부실 대출 증가 신호)
- 불투명한 NAV 평가와 펀드 간 거래
- 환매 중단 사태 반복 가능성
유가와 물가, 그리고 제 선택
유가 상승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중국이 전 세계 원유 소비의 17%를 차지하는데, 중국은 유가가 쌀 때 대량 수입하고 비쌀 때는 수입을 줄입니다. 심지어 중국의 원유 비축량은 약 14억 배럴로 추정되며, 이는 6~7개월간 석유 공급 차단에도 버틸 수 있는 양입니다(출처: 미국 에너지정보청). 이런 거대 스윙 플레이어가 있는 상황에서 단순히 '공급 차질 20% = 유가 폭등'이라는 공식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과거 중동 분쟁 사례를 보면, 분쟁 발생 후 3개월이 지나면 유가는 대부분 분쟁 이전보다 하락했습니다. 1990년 걸프전, 2003년 이라크전, 2011년 리비아 사태 모두 마찬가지였습니다. 초반에는 공포심리로 유가가 급등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적응하고, 수요는 감소하며, 결국 유가는 되돌아갑니다.
저희 집 식탁에서도 이 현상이 그대로 나타났습니다. 와이프가 폴란드산 돼지고기를 선택한 이유는 단순히 저렴해서가 아닙니다. 유가가 오르면서 생활비 전반이 부담스러워졌고, 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자연스럽게 저렴한 대체재를 찾게 된 겁니다. 주말 외출도 줄었고, 배달 주문도 줄었습니다. 제 주변을 봐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녁에 동네 주변 산책을 나가다보면 주변 거리가 한산합니다. 중저가 커피 가게만 사람이 보여요. 모두 집에서 배달 음식을 시켜 먹거나, 저렴하게 포장을 해가거나, 아예 외식을 줄이고 있습니다.
이런 소비 위축이 쌓이면 중소 상공인들은 더 힘들어지고, 고용은 줄고, 경기는 더 나빠집니다. 악순환입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이 말하는 '전쟁은 디플레이션'이라는 주장이 제 경험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유가가 오르면 일시적으로 특정 항목 물가는 오르지만, 전체적으로는 소비 감소로 이어져 물가 하락 압력이 더 큽니다.
지금 시장은 혼란스럽습니다. 전쟁도 있고, 사모펀드 위기도 있고, 유가도 불안합니다. 하지만 제가 배운 건 이겁니다. 과거 데이터를 보면 답이 보인다는 것. 전쟁은 2~3개월 안에 정리될 가능성이 높고, 유가는 되돌아올 것이며, 결국 연준은 금리를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사모펀드 문제는 1~2년 후에 본격적으로 터질 수 있으니, 이 부분만큼은 계속 지켜봐야 합니다. 단기 변동성에 흔들리지 말고, 펀더멘탈을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당분간 채권 쪽에도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금리가 체력 대비 높은 지금, 채권은 꽤 매력적인 선택지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