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올해 초 금과 은 관련 자산을 포트폴리오에 담으면서 안도했습니다. 이미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었지만, 분산투자 원칙에 따라 든든한 방어막을 하나 마련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최근 이란-미국 전쟁이라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터졌음에도 금값이 고점 대비 약 20% 가까이 빠지는 모습을 보며 당황스러웠습니다. 전쟁이 나면 금값이 오른다는 공식이 왜 작동하지 않는 걸까요? 여기서 금값이란 국제 금 현물 가격(spot gold price)을 의미하며, 통상 온스(oz)당 달러로 표시됩니다. 저와 같은 의문을 가진 개미 투자자분들을 위해 제 경험과 전문가들의 분석을 바탕으로 금값 하락의 진짜 이유를 정리해봤습니다.
안전자산 금, 왜 전쟁 중에도 빠졌나
일반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 안전자산인 금으로 자금이 몰린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과거 사례를 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에도 금값이 급등했었죠. 그런데 이번 이란-미국 전쟁 국면에서는 오히려 금값이 며칠 사이 세게 빠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여기서 세게 빠졌다는 표현은 단기간에 5% 이상의 가격 하락을 의미합니다.
제가 직접 경험하며 느낀 건, 시장이 진짜 위기라고 판단하면 금조차 믿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유동성 확보(liquidity squeeze)' 국면이라고 부릅니다. 유동성 확보란 투자자들이 모든 자산을 팔아서라도 현금, 특히 달러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말합니다. 2020년 코로나 초기에도 비슷한 현상이 있었습니다. 당시 3월 7일까지 금값이 탄탄하게 버티다가 그 이후 예리하게 빠지기 시작했거든요(출처: 한국금거래소).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쟁 리스크 자체는 금값 상승 요인이 맞지만, 그보다 더 강력한 하락 압력이 작용했습니다. 바로 미국 국채금리 급등입니다. 미국 2년물 국채금리가 불과 3주 만에 3.3%에서 4.0%로 70bp(basis point, 0.01%p) 가까이 뛰어올랐습니다. 여기서 bp란 금리 변동을 나타내는 단위로, 1bp는 0.01%포인트를 의미합니다. 이는 연준(Fed)의 금리 인하 기대가 완전히 꺾이고, 오히려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을 반영한 것입니다.
금은 이자를 주지 않는 자산이기 때문에 금리가 오르면 상대적 매력이 떨어집니다. 게다가 지금처럼 리스크가 오래 갈 것 같으면 투자자들은 현금 확보에 나서고, 이 과정에서 안전자산인 금마저 던지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저도 제 계좌에서 금 관련 ETF가 빠지는 걸 보며 '이게 정말 안전자산 맞나?' 하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달러강세와 신용경색 초기 징후
금값 하락의 또 다른 핵심 요인은 달러 강세입니다. 금값은 달러로 표시되기 때문에 달러 가치가 오르면 상대적으로 금값은 내려가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왜 지금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걸까요? 여기엔 '달러 유동성 품귀(dollar liquidity crunch)' 현상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달러 유동성 품귀란 시장에 달러 현금이 부족해지면서 달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을 말합니다.
제 경험상 이런 상황은 신용경색의 초기 징후로 볼 수 있습니다. 신용경색(credit crunch)이란 금융기관들이 대출을 꺼리고 자금 흐름이 막히는 현상입니다. 전문가들은 최근 몇 가지 징후를 포착하고 있습니다. 첫째, 사모대출(private credit) 펀드에서 환매 중단 사례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사모대출이란 은행이 아닌 사모펀드나 자산운용사가 기업에 직접 대출해주는 방식으로, 규제가 느슨한 대신 유동성이 낮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둘째, 많은 투자자들이 비유동성 자산에 자금을 묶어둔 상태에서 갑자기 현금이 필요해졌습니다. 과거 '현금은 쓰레기(cash is trash)'라는 말이 유행하며 모두가 주식, 채권, 부동산 등 비유동성 자산에 올인했었죠. 그런데 지금은 정반대 상황입니다. 금리가 오르고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현금 확보가 절실해진 겁니다.
저도 지난주 금요일에 보유 주식 일부를 매도하며 현금 비중을 높였습니다. 이런 선택을 한 건 제가 소심해서가 아니라, 시장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2008년 금융위기 때도 비슷한 패턴이 나타났습니다. 초기엔 금값이 900달러까지 올랐다가 신용경색이 심화되자 700달러까지 급락했었죠(출처: 한국은행).
현재 상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미국 2년물 국채금리 3주 만에 70bp 급등
- 달러인덱스(DXY) 강세로 금값 하락 압력 증가
- 사모대출 펀드 환매 중단 사례 속출
- 투자자들의 달러 현금 확보 경쟁 심화
금 투자, 지금 어떻게 해야 하나
솔직히 제 계좌를 보며 착잡한 마음이 듭니다. 1년 가까이 든든하게 수익을 안겨주던 금 관련 자산이 최근 들어 20% 가까이 빠졌으니까요.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장기적 관점을 유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전문가들은 전쟁이 끝나고 금리 인하 국면이 오면 금값이 다시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합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를 돌아보면, 금값이 예리하게 빠진 직후인 2008년 11월부터 양적완화(QE)가 시작되며 금값이 가장 먼저 반등했습니다. 여기서 양적완화란 중앙은행이 시중에 돈을 대규모로 공급하는 정책으로, 통상 금값 상승의 촉매제 역할을 합니다. 당시 금값은 2011년까지 지속적으로 상승하며 1,900달러를 돌파했었죠.
제가 지금 취하고 있는 전략은 '현금 보유 + 분할 매수 대기'입니다. 성급하게 저점을 맞추려 하지 않고, 시장이 안정을 찾고 바닥을 다지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금은 포트폴리오의 10% 정도는 담아두는 게 여전히 유효한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지금처럼 변동성이 큰 구간에서는 한 번에 몰아서 사기보다는 분할 매수로 평단가를 낮춰가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분산투자의 원칙을 지키는 것입니다. 금만 믿고 올인하는 것도, 금을 완전히 외면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레이 달리오, 김성일, 강환국 등 여러 전문가들이 강조하듯 다양한 자산에 분산하는 게 장기적으로 가장 안전한 길입니다.
앞으로 몇 가지 변수를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이란-미국 전쟁의 조기 종결 여부입니다. 둘째, 연준의 금리 정책 방향입니다. 셋째,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자재 수급 정상화 시점입니다. 이 변수들이 어느 정도 해소되는 시점이 금 투자의 재진입 타이밍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위기 국면에서 가장 중요한 건 멘탈 관리입니다. 계좌가 빠지는 걸 보면 세상이 망하는 것 같지만, 과거 사례를 보면 시장은 언제나 회복해왔습니다. 2006년 버냉키 쇼크,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 사태 등 수많은 위기가 있었지만 결국 시장은 새로운 고점을 경신했죠. 지금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다만 그 회복 시점을 정확히 맞추는 건 불가능하니, 서두르지 말고 차근차근 대응하면 됩니다.
저는 지금 매수 버튼도, 매도 버튼도 누르지 않고 관망하고 있습니다. 시장이 방향을 찾을 때까지 기다리는 게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여러분도 조급해하지 마시고, 본인의 투자 성향과 재무 상황에 맞춰 신중하게 결정하시길 바랍니다. 금은 여전히 장기 포트폴리오의 한 축으로서 가치가 있는 자산입니다. 단기 변동성에 흔들리지 말고, 긴 호흡으로 접근하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