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금요일 금값과 은값이 역대급 폭락을 기록하며 투자자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습니다. 1월 30일 하루 동안 금값은 9.5% 급락하며 43년 만에 최악의 낙폭을 보였습니다. 현물 금값 기준으로 고점 대비 14.9% 하락한 4,895달러에 마감되었습니다. 그동안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며 고공행진을 이어왔던 금이 왜 갑자기 이런 급락을 겪게 되었을까요? 그리고 이것이 투자자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미국의 경제 정책, 그리고 글로벌 금융 질서의 변화 속에서 금과 은의 미래를 면밀히 분석해보겠습니다.
트럼프 발언이 촉발한 금값 폭락의 메커니즘
금값 급락의 직접적인 방아쇠를 당긴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었습니다. 1월 27일 기자가 달러 약세에 대해 우려를 표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습관적으로 "I think it's great"라고 답변했습니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말이었지만, 달러 약세가 가속화되고 금값이 폭등하는 민감한 시점에서 이 발언은 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습니다. 이 한마디로 달러 약세가 더욱 가속화되었고 미국 국채 금리는 급등했으며 금값은 5,800달러에서 5,600달러로 10% 이상 급등했습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베센트 재무부 장관이 긴급하게 나섰습니다. 1월 28일 베센트 장관은 "스트롱 달러 폴리시(Strong Dollar Policy)"를 강하게 강조하며 시장 안정화에 나섰습니다. 금값이 폭등하면 미국의 초대형 은행들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달러 약세와 국채 금리 상승이 동시에 진행되면 미국 경제에 치명적이기 때문입니다. 베센트의 발언은 금값 하락의 첫 번째 트리거였습니다.
두 번째 트리거는 케빈 워시 연준 의장 지명자가 당겼습니다. 그는 양적 긴축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이는 시장에 또 다른 충격을 주었습니다. 양적 긴축이 실행되면 미국의 10년물 국채 금리가 5%를 넘어 6~7%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정책 당국자들의 연이은 발언과 월가의 집중 매도세, 스톱로스와 마진콜, 알고리즘 매도까지 결합되면서 금값과 은값은 역대급 폭락을 기록했습니다. 단기 투자자들은 한두 달 만에 30% 수익을 올렸다며 빠르게 매도에 나섰고, 레버리지를 이용해 뒤늦게 진입했던 위크핸즈(겁먹은 손)들은 패닉에 빠져 손절매를 했습니다. 20배, 50배 레버리지로 투자했던 사람들은 10% 하락에도 원금의 대부분을 잃게 되면서 시장에서 쫓겨났습니다.
셀 아메리카 현상과 미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
금값 폭락의 근본 원인을 이해하려면 현재 진행 중인 셀 아메리카(Sell America) 현상을 살펴봐야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인 정책들로 인해 중남미부터 중국, 유럽에 이르기까지 세계 각국이 미국 국채를 팔고 금을 사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그린란드 병합 발언으로 유럽이 열받았고, 베네수엘라와 이란에 군사 개입을 하면서 천문학적인 국가 예산이 투입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2025년부터 태어나는 아기 한 명당 1천 달러 지급, 2026년부터 연소득 10만 달러(약 1억 4,500만 원) 이하 가구에 2천 달러 지급 등 마구잡이 돈 뿌리기 정책까지 더해졌습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방위비를 50% 인상해 1조 5천억 달러(약 2,200조원)로 늘리겠다는 계획입니다. 특히 트럼프급 배틀십(전함) 25척을 건조하겠다는 계획은 가히 충격적입니다. 한 척당 30조원이 들어가지만 미국 군사 무기의 특성상 실제로는 60조원까지 비용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25척이면 총 1,500조원으로 한국의 1년 예산과 맞먹는 금액입니다. 이는 2차 대전 당시 일본이 야마토 건조에 국가 예산의 5%를 투입해 패전을 앞당긴 것과 유사한 상황입니다. 현대전에서 거대 전함은 드론과 미사일의 표적이 될 뿐 실효성이 없는데도 말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천문학적 지출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세금 감면(빅뷰티풀 법안)까지 단행했다는 점입니다. 세금은 깎고 지출은 폭증시키니 미국의 국채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베센트 재무부 장관이 아무리 강달러를 외쳐도 미국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슬금슬금 오르고 있습니다. 4.14에서 4.3으로, 다시 4.32까지 올랐다가 4.25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베센트의 발언으로도 셀 아메리카를 완전히 막지 못했다는 증거입니다. 미국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이 120%에 달하는 상황에서 금리를 끌어올려 금값을 제압하는 것은 사실상 자살행위나 다름없습니다. 1974년 아서번즈 연준 의장이 금리를 10%까지 올릴 수 있었던 것은 당시 부채 비율이 30%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1974년과의 비교를 통해 본 투자 전략
현재 상황은 1974년 금값 대폭락과 데칼코마니처럼 닮아 있습니다. 1974년에는 금값이 3년 동안 35달러에서 195달러로 460% 상승(5.6배)한 후 47% 급락해 103달러까지 떨어졌고, 이 조정이 무려 20개월 동안 지속되었습니다. 2026년 현재는 2년 동안 2,000달러에서 5,600달러로 180% 상승(2.8배)한 후 14.9% 하락해 4,895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상승폭은 1974년의 절반 수준이고 조정폭도 아직 1/3 수준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1974년과 2026년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습니다. 첫째, 1974년에는 1973년 오일쇼크가 진정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완화되었지만 지금은 원자재 가격이 여전히 높은 상태입니다. 석유 중심에서 배터리 금속 중심 경제로 전환되면서 메탈 가격은 계속 상승세입니다. 둘째, 1974년에는 베트남전 종전(1975년)이 기대되며 전쟁 지출 감소가 예상되었지만, 2026년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이란 등으로 끝없이 확전하고 있습니다. 셋째, 1974년 미국 부채 비율은 GDP 대비 30%로 금리 인상 여력이 있었지만 현재는 120%로 금리를 올리면 이자 비용만으로도 국가가 파산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조정은 1974년처럼 20개월간 47% 하락하는 장기 조정보다는 단기 급락 후 유자형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V자 반등보다는 개미들의 공포로 인한 기간 조정을 거칠 가능성이 큽니다. 금값이 회복되면 "내가 산 가격이 돌아왔어, 지금 팔아야 돼"라며 매도하는 투자자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중국 같은 거대 매수 세력이 있어 V자 반등 가능성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조금 오르면 다시 떨어지는 유자형 패턴이 많습니다. 초장기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런 대폭락 시점이 목표 물량을 확보할 좋은 기회입니다. 1971년 35달러였던 금값이 5,600달러까지 160배 오르는 동안 수많은 등락을 거듭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금과 은은 안전자산이 아니라 변동성이 큰 자산입니다. "안전자산"이라는 표현은 주가와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 때문에 붙었을 뿐,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실제로 2013년 12월 "황금의 종말, 올해 금값 28% 폭락, 32년 만에 최대폭"이라는 기사가 나왔고, 2025년 10월 22일에도 "금가격 12년 만에 최대 폭락, 국제 금현물 장중 6.3% 하락" 기사가 나왔습니다. 앞으로도 금값은 오르면 오를수록 큰 조정을 반복할 것입니다. 레버리지 투자나 빚내서 투자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며, 여유 자금으로 장기 분산 투자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갑작스러운 금과 은 가격 폭락은 많은 투자자들을 당황하게 만들었지만, 큰 상승에는 큰 하락이 따른다는 시장의 원리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었습니다. 점점 돈이 풀리고 미국 부채는 쌓여만 가며 달러 신뢰가 무너지고 각국 중앙정부가 미국 채권 대신 금을 매입하는 거시적 흐름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셀 아메리카는 일시적으로 멈췄을지 몰라도 조만간 재개될 수밖에 없고, 그때 싸진 금과 은은 다시 매력적인 대안 자산이 될 것입니다. 단기 변동성에 흔들리지 않고 장기적 관점에서 원칙을 지키는 것이 투자에서 승리하는 지름길입니다.
[출처]
박종훈 TV - 금값, 은값 대폭락을 예고했는데 이게 왜 생겼을까? 1974년과의 비교 분석: https://www.youtube.com/watch?v=JrFXqEyRRPs